공예배 외에 중요한 활동으로 목장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 목원의 집에 모여 식사를 하고 모임을 갖습니다. 사정에 따라 목자 목녀의 집이나 교회에서 모임을 하기도 합니다.
주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찬양과 기도, 주일말씀 요약을 함께 읽고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합니다. 이어서 한 주간에 있었던 각자의 삶을 나눕니다. 기도할 내용을 모아 함께 기도하고 마칩니다.
초대교회 시대에 가정교회로 모여 함께 떡을 떼고 기도와 말씀을 나눴던 것처럼, 목원들의 집에서 모여 함께 식사하고 예배하는 이 시간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서로의 사정을 살피고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시간은 신앙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각자의 신앙성숙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갈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공적인 모임에 자신의 공간을 남에게 거리낌없이 내어주는건 놀라운 일입니다. 삶의 내밀한 자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식구들이 음식을 나누고,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임하심으로 서로의 믿음을 격려하고 새로운 힘을 얻고 참된 소망을 찾고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나라의 원리와 가치를 붙잡고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모두에게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 됩니다.
그런데 모든 것에는 명암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영으로 시작했다 육으로 마치겠느냐는 바울의 책망이 떠오릅니다. 어리석은 우리는 항상 주변적인 일에 마음을 뺏깁니다. 본질보다는 형식에 다시 매몰됩니다. 중요한 가치보다 눈에 보이는 모양에 더 무게를 둡니다. 그리하여 목장모임의 의미와 목적이 완전히 퇴색되어 버립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문제가 생겼음에도 의식조차도 못하는 현실에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그럴까요?
1. 과도한 식사준비
매주 반복하는 목장모임이 언젠가부터 관심의 촛점이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먼저 식사준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집을 청소하고 맛있게 나눌수 있는 음식준비에 신경을 쓰는게 당연하지만, 너무 과하게 염려하다보니 함께 모여 예배하고 삶을 나누고 기도하는 것에는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남과의 비교가 심하게 작용되는 것입니다.
누추하고 변변찮은 이곳에 하나님이 내리시는 은혜와 기쁨이 넘치고 성령의 강한 임재가운데 믿음과 사랑과 소망이 뜨겁게 타오르는 하나님의 나라를 맛보는 모임이 되어달라는 기도로 준비하는 것보다는, 집이 초라해보이면 어쩌지 준비한 음식맛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함으로 목장모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게 됩니다.
2. 성경 말씀에 더이상 관심이 없다
또 하나는 주일말씀이나 성경에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상하고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부분인데, 왜 성도들이 성경말씀에 이토록 관심이 없을까 의아해서 한동안 관찰과 숙고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날의 교회는 굉장히 단순한 논리(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로 기독교를 표현하고 있고 그래서 성도들은 더 이상 복잡하고 골치 아플 논리적 사고를 멀리한다는 점, 물질적 가치관이 교회 안에 스스럼없이 통용되고 있고 이것은 교회의 자본주의 전통에 의해 이미 세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점, 그래서 성경적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먼저 세우기보다는 삶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그것으로 신앙을 설명하기를 더 좋아한다는 점, 세상의 문화를 선도하는 진화론과 과학적 사고가 성경의 내용과 충돌되는 지점을 굳이 알아보고 바른 진리를 위한 싸움에 나서기보다는 기독교 교리의 뼈대와 그것이 요구하는 신앙생활이면 충분하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그런 환경속에 있는 교회의 성도들은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 마냥 신령하고 거룩한 하나님 말씀의 의미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3. 삶 나누기의 함정
목장모임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각자의 삶 나누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개인의 현재 상황이나 삶의 필요들을 자세히 나눌 때, 그 이야기에 호응해주고 편 들어주는 이들로 인해 억눌린 감정과 불편한 기분이 해소되고 정서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는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지고 지속적인 모임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번 동어반복적으로 개인적인 필요와 감정의 분출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중에는 그런 내용들을 무덤덤하게 대하게 됩니다. 깊이 있는 논의나 대화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기계적인 동조에 머무릅니다. 그렇게 목장모임이 단지 정서적인 도움을 얻는 것에 불과하다면 일반 사회의 친목모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