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꼭 넣을려고 처음부터 그 깃발을 들고 휘두르는 그러는 건 아닌데.. 나 자신을 장르감독이라 생각하고 영화가 보여지는 그 시간동안 관객들을 제압하고 싶어요. 히치콕이 늘 그랬던 것처럼, 그게 가장 저의 일차적인 목표이기도 한데요.
그렇지만 그렇게 관객들을 빨아들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인간에 대한 이해나 접근이 있어야 되고, 인간을 이렇게 한 명 한 명 파고들어 가다보면 어쩔수 없이 그 인간이 속한 사회나 시대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대나 정치로 확장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 그거를 목표로 안했더라도 일단 보는 그 기간동안 관객들이 재밌게 보기를 바래요. 웃고 떠들고 무서워하고 하면서 그냥 그 시간 재밌게 보고 집에 갔는데 씻을려고 옷을 벗다보면 이렇게 베인 상처가 있는거죠. 이게 언제 내가 베었지? 피도 막 나 있고 그런 느낌의.. 관객이 그런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거죠.
...봉감독의 다른 워딩까지 들으며 느낀 점 몇 가지
1. 영화에 완전히 미친 사람이 영화감독이구나. 상업적 성공을 한 영화는 꽤나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더없이 권위적이지만 그만큼의 고독한 작업이 필요하다.
2. 각 사람에겐 살면서 각인된 어떤 포인트가 있다. 감독은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영화의 한 장면으로 표현하려는 끈질긴 집착을 갖고 있다.
3. 상상력이 인간의 문화에 이 얼마나 중요한가. 영화는 인간의 현실을 반영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술은 인간의 꿈과 초현실을 다룬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지극히 영적이고 종교적이다.
4. 지금까지 봉감독의 영화는 연쇄살인마, 괴물, 미래의 극한생존, 가난한 가족 등에 대해 다뤘다. 모두 다 인간의 어두움을 드러내는 상징적 현실인데, 그의 말처럼 이것이 날 선 칼이 되어 우리를 베었고 아팠다. 한편 어둡고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정반대의 것을 조용히 생각나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