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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약과 파란약

강가딘777 2022. 12. 30. 14:30

누구보다 한방(내가 남에게 소개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 있지만 보수기독교에서는 요주의 인물이 되신 김근주 선생의 구약 예언서 강의 (유튜브)를 찾아 듣고 있다. 예레미야- 이사야- 에스겔- 다니엘...

요즘 새롭게 느끼는 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면서 엄하게 선포하는 이들의 말보다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탐구하는 학자들의 글과 말이 오히려 성경을 객관적으로 보게 함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성경의 역사성이 증발해버린 영적진리는 이제와 생각해보면 너무 허무하고 빈약하다. 주관적인 영적해석이 다 쓸데없진 않겠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 성경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몇가지 교리로 모든 성경을 요리하려고 덤비는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강의들을 통해 학자적 치밀함과 성경전체를 향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세계 유수의 성경학자들의 논리를 모아서 세밀히 궁리하며 역사적, 문학적 해석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한다. 쉬운 내용을 말하는 것 같지만, 짧은 시간안에 수많은 생각들이 녹여져 있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참 만만치 않은 내용을 말하고 있다는 놀라움이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선택할수 있는 두가지 약이 있다. 지금 세상의 체제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파란약과 감추어진 진실을 보게하는 빨간약이 그것이다. 김근주선생의 책과 강의를 겪어보면 그것이 빨간약 처방임을 깨닫게 된다. 이 약을 먹고 진실을 알게 되면 더이상 회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그는 지극히 반동분자이다.

지금의 교회는 '예수 믿고 천국'이라는 어쩌면 유일한 도식으로 믿음의 철장안에서 살게 만든다. 신으로서의 예수님이라는 대상을 향한 맹목적, 형식적 신앙행위가 곧 순종의 행동으로 인식하게 만든 현재의 기독교는 어리석고 근시안적이다. 빨간약을 처방받고 눈이 떠진 이들이 그제야 교회의 이런 피상적이고 외식에 빠진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마음, 뜻, 목숨, 정성을 다해 하나님, 그리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그저 예배당에 가서 기쁘게 열렬하게 찬송 부르고, 오랜기간 기도를 하고, 여러가지 예배를 드리며 설교시간에 우렁차게 아멘으로 화답하고, 많은 헌금을 내고, 선교활동에 참여하고, 성지순례를 하고, 온화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으로 치환되어선 안된다. 지금의 교회는 감히 말하건대 오직 '그것만'을 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삶에서 드러난다. 기쁘게 찬송부른 후 이웃사람과 싸움을 하고, 오랜 깊은 기도후에 부동산 투기에 앞장서고, 좋은 말씀선언에 아멘으로 화답한 후 옆사람을 시기 질투하고, 많은 헌금을 낸 후 불법과 편법으로 돈을 벌고, 선교활동에 참여한 후 난민과 외국인을 매우 차별적으로 대한다.

마음과 뜻과 목숨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과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면서 그가 가리키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그가 원하는 것을 함께 이뤄가며, 그가 계획한 바를 알고 그것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다.

교회는 이 중요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하지 않고, 그저 "완전타락해 악하고 약한 인간에게 내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구속을 통해 우리는 믿기만 하면 사후 천국에 가게 된다. 이 세상에서 삶은 용서의 은혜를 따라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고, 믿음의 정도에 따라 주시는 돈과 성공, 명예의 복까지 누릴수 있다"고 말한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께 달려있지 인간의 행위로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래서 교회가 제시하는 삶의 양식과 태도를 견지하고 그것에 열심를 내는 것이 곧 주님께 충성하는 것이요,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버렸다.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이 우주와 사람을 창조하시고 무엇을 하시려 했는지, 인간이 하나님을 반역하고 불순종함에도 이스라엘과 계속된 약속을 하시고, 결국 성육신 하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으로 하나님과의 새로운 화목의 길을 여시고, 생명의 복음을 교회를 통해 세계만방에 전파하시고, 예수님의 재림이후 마지막 심판을 통해 새창조(새하늘과 새땅) 하시려는 성경의 거대한 스토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일이다.

그래서 작금의 교회는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피상적이고 형편없는 종교가 되었다. 예수 믿기를 자청한 사람들은 그저 개인적, 내면적, 내세적 구원이라는 강고한 틀안에서 특정한 종교행위에 몰두하면서, 떨어지는 현세의 떡고물을 열심히 취하면서 가짜 행복감을 만끽하려 한다.

이것이 빨간약을 먹게 되면 보이는 교회의 참담한 현실이다. 계속 파란약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교회일에 최선을 다한다. 열심히 찬양 기도 예배하면서 봉사하고 전도 선교 후원에 열심을 내는 일에 자부심과 선민의식을 가진다.

이 모든 것이 다 나쁘고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형식은 본질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보다는 형식이 주가 되기 시작할 때, 교회의 불행과 짙은 어둠이 찾아온다. 어둠에 익숙해지고 자신도 그 어둠에 동화되면 무엇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된다.

당신은 우리 앞에 놓여진 파란약과 빨간약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